2013년 11월 전남 구례의 편의점에서 강도가 생후 8개월 딸을 업고 일하던 여주인을 무자비하게 찔러 살해한 사건. 사건 자체는 짧고 단순했지만 여주인은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딸을 보호하기 위해 다가가 끌어안는 모성을 보여줘 큰 안타까움을 주었다.
2013년 11월 11일 오전 6시,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의 한 편의점. 5남매의 어머니인 여주인 김모씨(35)는 생후 8개월 딸을 업고나와 밤새 편의점을 지킨 남편과 교대했다. 김씨는 계산대 밑에 이불을 깔아 막내딸을 재워두고 재고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2013년 11월 11일 오전 6시 19분, 한 불청객이 찾아왔다. 폭력 등 전과 7범의 장윤호(28)가 칼을 들고 다짜고짜 김씨의 멱살을 잡더니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CCTV와 소형 금고가 있는 3m2 넓이의 내실로 김씨를 끌고갔다.
키 175cm 몸무게 90kg 의 거구인 장씨는 "아기가 있다"며 애원하는 여주인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장씨는 김씨가 반항하자 부엌칼의 칼등으로 머리를 1회 내리치고, 가슴을 1차례 찔렀다.
마침 그때 농아인 손님이 편의점에 들어와 음료수를 주문하기 위해 주인을 찾던 터였다. 그 소리를 들은 김씨는 멱살을 잡힌 채로 온힘을 다해 내실을 빠져나왔고, 따라나온 장씨가 김씨를 계산대로 거세게 밀어붙이면서 그 충격으로 계산대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져 난장판이 됐다. 계산대 아래에 잠들어있던 막내 딸이 울기 시작했다. 목격자인 손님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편의점을 황급히 나왔다.
흉기에 찔린 김씨는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계산대 밑으로 기어가 울고있는 막내딸을 달래는 모정을 보이다가 결국 쓰러졌다. 한편 장씨는 편의점 밖으로 달아나고 없었다.
김씨는 3분 후 손님의 신고를 받아 도착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7시 30분 사망했다. 사건발생 한시간 후, 지인의 고물상에 숨어있던 장씨는 친모에게 살해 사실을 털어놓고는 설득받아 경찰에 자수했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고, 반항을 하기에 찔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얼마안가 장은 진술을 번복하고 "자신을 째려보는게 화가 나 겁만 주려고 했을 뿐 돈을 빼앗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강도 살인을 부인했다.
범행 당시, 장씨는 11일 오전 1시부터 오전 5시까지 밤새 사촌 등과 술을 마시고 잠을 청했지만, 잠이 들지 않자 취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로 차를 운전해 근방을 돌아다녔다.
여주인의 편의점을 범행 장소로 정했다는 듯 편의점 앞에 정확히 주차했으며, 계산대가 아닌 여주인에게 곧장 다가가 찌르기만하고 달아났을 뿐, 훔친 금품은 없었다. 물론 이는 시간이 없어서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강도살인이 아닌 원한 관계도 딱히 들어맞지는 않는다.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은 작은 동네로, 총 4개의 편의점이 있다. 사고 현장 편의점과 30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다른 편의점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착실하게 살아가던 사람으로, 누군가의 원한을 살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장씨에겐 동생이 있는데 피해자의 큰 딸과 학교 같은 반 학생이라고 한다.
검찰은 장윤호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돈을 빼앗을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강도살인죄가 아니다"라는 피고측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도살인죄를 인정,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강력 전과는 없으며 진지하게 반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항소심은 달랐다. 2심은 유족에게 용서 받지 못했다며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