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충주시의 한 원룸에서 인터넷 상태에 불만을 품은 집주인이 인터넷 설치기사를 살해한 사건. 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 살인 사건이 일어난지 불과 일주일만에 일어난 사건이라 충격을 더하고 있다.
2017년 6월 16일 오전 11시경 모 통신사 소속 인터넷 설치기사 이 씨(53)는 인터넷 상태 점검을 요청한 권○관씨(55)가 거주하고 있는 칠금동의 한 원룸에 방문했으며 5분도 채 되지 않은 11시 7분, 복부에 큰 상해를 입은 이 씨가 건물 출입구로 내려와서 주변에 있던 다른 주민들에게 신고를 요청했다. 이내 현장에 119 구급대가 출동했고 이 씨는 구급차에 실렸으나, 상처가 깊은 탓에 병원으로 후송되는 도중 결국 숨을 거두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권 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집에서 인터넷과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냈으며 평소에도 인터넷이 자주 끊기는 데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권 씨의 인터넷 고장 신고가 잦은 탓에 인근의 이웃들도 주민으로 착각할 정도로 인터넷 설치기사가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사건 당일에도 권 씨는 인터넷 문제로 방문한 이 씨와 말다툼을 벌였으며, 격분한 권 씨가 집안에 있던 흉기로 이 씨의 목과 복부, 허리 등을 세 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권 씨도 얼굴 등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병원 치료가 끝나자 마자 경찰에 긴급 체포되었다. 권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해당 업체의 인터넷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7년 전부터 앙심을 품고 있었으며 사건 당일에도 일부러 시비를 걸었는데 설치기사가 기분 나쁘게 대답해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권 씨 진술을 참고해 우발적인 범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흉기를 미리 준비했는지 등 사전에 계획된 범행인가에 대해 조사 중에 있다.
권씨는 이날 오전 인터넷 수리 요청을 받고 자신의 원룸을 찾아온 이씨를 보자마자 “당신도 갑질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시비를 걸었다. 언성을 높이던 권씨는 갑자기 이씨를 향해 집에 있던 흉기로 이씨의 배와 목을 3차례 찔렀다. 5분만에 치명상을 입은 이씨는 어렵게 원룸을 빠져나갔고 당황한 권씨는 자신이 목격자인 것처럼 119에 신고를 했다. 구급차를 타고 피해자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한 권씨는 피해자 옆, 응급실 중환자구역에 태연히 누워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한편 이씨는 건국대 충주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충주 내 병원에는 응급 외과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헬기로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이씨는 숨을 거뒀다. 한편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권씨는 구속을 피하기 위해 입원을 요구했다. 도주를 위해 미리 짐을 쌌고, 현금 200만원도 준비했지만 계속된 조사 끝에 범행을 자백했다.
독신인 권씨는 전과가 없었으며 10년 전 어머니가 숨진 뒤 친척과도 연락을 끊고 혼자 생활해 왔다. 경기도 안성과 안산 대부도, 충북 보은 등을 옮겨 다니던 권씨는 4월 충주로 이사를 왔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권씨는 집안에서 주식투자와 컴퓨터 게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제일 저사양의 인터넷 라인을 신청해서 요금을 내던 권씨는 인터넷이 느리다며 전화로 민원을 자주 제기하고 언행이 과격해 인터넷 수리기사들 사이에선 진상고객으로 유명했다. 어느 순간부터 권씨는 "내 컴퓨터만 느리게 하려고 KT가 컴퓨터에 칩을 설치했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게 되었고 흉기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범행을 계획했다.
피해자 이씨는 KT에 기능직으로 입사해 재직하다 2014년 명예퇴직 했다. 그러나 이씨는 퇴사 한 지 한달 만에 다시 KT의 자회사에 입사했다.
그가 이 회사에 입사해 맡은 업무는 인터넷 서비스 개통과 AS 업무였다. 그리고 휴대폰과 인터넷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영업업무도 함께 수행했다. 주변 동료들에 따르면 이 일은 이씨가 KT에 재직할 때 하던 일이었다.
하던 일은 비슷했지만 그의 가족에 따르면 임금은 절반으로 줄고 일은 오히려 더 늘었다. 유족에 따르면 그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한 주 동안 6일을 근무했고 아침 7시 30분이면 집을 나서 저녁 7~8시까지 일을 했다.
이씨는 월급 240만원 정도를 받아 대학생인 자녀와 아내, 80대 노모를 돌봤다. 이씨의 아내는 충주의 한 전자제품 공장에서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받는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씨의 매형은 "처남은 토요일 가족 모임이 있으면 참석하지 못하거나 밤늦게야 왔다"며 "처남 때문에 가족 모임을 일요일에 많이 잡았다"고 말했다.
KT에 재직할 때보다 일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월급은 1/2로 줄었다. 이씨의 부인은 "남편의 한 달 월급은 영업수당까지 다 포함해야 230만 원 정도 됐다. 3년 전에는 이보다 더 적었다"며 "KT에 다닐 때 받던 월급의 1/2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씨의 매형은 "6월 18일 오전에 KT에 대한 면담요청을 했다. 하지만 오후 현재까지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서운하다. KT가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터넷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는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무작위로 호출된 기사에 대해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이로인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가 무고하게 숨지는 결과를 초래,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줬다” “피해자가 도주하지 않고 현장에 있는 바람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 진정성 있는 반성이 보이지 않았다”며 “타인의 존엄한 생명과 이를 존중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공존하기 위한 기초적인 의무다. 자신의 씻을 수 없는 과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이 필요하다”며 권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권씨와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이런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게 타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피해자 이 씨의 유족은 다음 아고라에서 피의자 권 씨의 무기징역 또는 사형을 위해 탄원 동의를 구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정택수)는 2017년 11월 2일 권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자신의 집을 방문한 인터넷 기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권모(55)씨가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이유로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피의자는 "죽을 죄 졌다"고 하면서도 "범행 당시 상황 일부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우발적 범행임을 참작해달라."고 하였고 "인터넷 속도가 느려 주식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봐 화가 났다."고 진술하면서 "숨진 인터넷 기사가 달아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아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해 피해자 탓을 하면서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검찰 역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18년 4월 19일 항소심에서 대전고등법원 청주1형사부 김성수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