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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전라북도 임실군에 사는 안경훈 씨(당시 만 65세, 이하 '안씨')가 실종된 지 1년 4개월 만에 순창군에서 손목 없는 백골이 된 채로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백골화된 사체에서 유일하게 손목 부위만 나오지 않아 범인이 잘라가지 않았나 했지만, 부검 결과 시신에 별다른 외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와 크게 혼란을 주었다. 2019년 기준으로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 사건이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2009년 7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안씨는 이상하게 술에 몹시 취한 듯 심하게 비틀거리더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대로 팍 고꾸라져버렸다고 한다. 안씨의 부인 허갑순이 간신히 남편을 부축해 거실에 눕혔지만, 안씨는 좀처럼 말을 하지 못했고 눈두덩이 언저리에 상처가 있었으며, 신고 있던 장화를 벗겨보니 이상한 대변 같은 게 묻어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술에 취했다고 보기엔 뭔가 석연찮은 점도 있었고 해서 허갑순은 남편을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허갑순의 제부였다. 제부가 고맙게도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고 하니 제부를 믿고 남편을 병원에 보냈다.

그런데 병원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부가 돌아오기에 허갑순은 "벌써 병원에 갔다 왔어요?"라고 물었는데, 제부는 뜻밖에도 "아니에요. 집에서 말도 못하던 사람이 병원 가서는 말도 잘하네요. 본인이 병원에 안 간다고 문을 막 두들기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안씨가 자신에게 20만 원을 빌린 뒤 차에서 내려 어딘가 갔다는 것이다. 허갑순은 남편이 제 발로 병원에 가려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새벽녘이 되도록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허갑순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제부는 안씨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내렸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정류장은 평소 인적이 뜸한 곳이라 목격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또한 그 정류장 근처에 병원은 단 3곳만이 있었는데 그 어느 곳에도 안씨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안씨는 장기실종이 되어 1년이 지나도 생사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시신 발견

안씨가 실종되고 1년 4개월이 지난 2010년 10월, 순창의 한 야산에 약초를 캐려고 올랐던 약초꾼이 기이한 광경 하나를 목격했다.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동물 뼈 조각 수십 개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구덩이가 약간 파인 상태에서 자세히 바라보니 동물이 아니라 사람의 등뼈였다. 사체는 약 30cm 깊이의 비교적 얕게 묻혔고 속옷만 입은 상태였다. 이미 부패가 다 진행되어 시신은 백골이 되었다. 유골 주변에는 그 사람의 신원을 알 만한 단서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뼈밖에 안 남았다 보니 사망자의 사인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시신은 딱 손목 부위만 없었다는 것이다. 유골을 수습한 경찰은 3개월에 걸쳐 사망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16개월 전 임실에서 실종된 안씨의 유골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안씨는 임실에서 실종된 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떤 일을 겪다가 순창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을까?

의문점

의문점 1. 왜 시신이 순창에서 발견되었는가?

안씨는 생전에 전라북도 임실에서 거주했고 순창에는 어떠한 연고도 없었다. 그런데 왜 시신이 순창에서 발견되었을까? 경찰 측에서는 당초 안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고, 교통사고를 일으킨 범인이 안씨의 시신을 차에 싣고 순창으로 가서 유기했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안씨가 뺑소니를 당했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체 부검 결과가 나오면서 바로 반박되었다. 안씨의 시신에는 외상(外傷)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즉, 교통사고가 직접적인 죽음의 원인이 되었거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강한 충격을 줬다고 볼만한 그런 손상은 없었다는 게 법의학자들의 의견이었다.

의문점 2. 사라진 손목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가장 난항에 빠뜨린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안씨의 시신은 이미 부패가 거의 다 끝나서 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상하게 손목만은 남아있지 않았다.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동물이 훼손했거나, 범인이 의도적으로 안씨의 양손을 잘라갔다고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예상은 절묘하게 빗나갔다. 안경훈 씨의 양 손목은 정확하게 관절 부위에서 소실되었다고 한다. 동물에 의해 훼손된 것이라면 단면이 너덜너덜해야 정상인데 일단 손목에서 외상의 흔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으며 그냥 통상적인 매끈한 관절 단면이 유지된 상태로 발견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칼로 잘라간 것일까? 그런데 그것 또한 아니었다. 유골에는 칼로 잘려나간 흔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검에 참여한 법의학자들은 '누군가가 도구를 쓰지 않고 오직 손기술만으로 손목 뼈를 탈골시켜 빼냈다.'는 결론을 내렸다. 도대체 범인은 왜 이런 기이한 행동을 했을까?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한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범인이 증거인멸을 위해서 저지른 짓이거나 손톱 밑에 자신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피부 살점 등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손목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손목을 자르지 않고 손기술만으로 탈골시켜 빼낸 것에 대해서 범인은 탈골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뼈와 뼈 분리를 해본 사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부합하는 인물은 가축을 도축, 발골에 능통한 도축업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의문점 3. 시신 주변 뼛조각 40여 개

또 하나의 의문점은 안씨 시신 주변에 있던 40여 개 뼈조각이었다. 뼈조각들을 정밀 감정해본 결과 모두 소와 돼지의 잡뼈와 머릿부분의 뼈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 소와 돼지의 DNA는 감정할 수 없었는데 모두 한 번 삶았던 뼈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뼈들은 주로 국밥 집에서 육수를 낼 때 쓰는 재료들이었다. 이렇게 가축뼈를 많이 지녔던 범인은 누구일까?

보통 국밥 집에서 육수를 우려내기 위해 가축뼈를 삶고 나면 버리는 게 보통인데 그 '버린다.'는 과정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흔히 소 뼈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갓 나온 뼈는 육수 우려낼 때 쓰지만 삶고 난 다음의 뼈도 쓰일 때가 있다. 주로 개를 사육하는 농장에서 그 소 뼈나 돼지 뼈들을 모아 믹서기로 곱게 갈아서 개들을 먹이는 데 쓴다고 한다. 삶은 동물 뼈를 대량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범인은 개를 사육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한 한 식육견 유통업자가 설명하기를, 뼈마디 관절이란 것은 쉽게 말해 관절은 힘줄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즉, 힘줄만 떼면 관절이 저절로 분리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매우 간편한 과정이며 개장수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마침 안씨의 시신 중 사라진 손목 부위에 대해 '누군가가 손기술로 탈골시켜 빼냈다.'는 부검 소견이 나온 바 있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개장수였을까?

범인은 동서?

조사에 따르면 2009년 7월 5일, 안씨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안씨가 비틀거리며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았음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그가 걸어온 방향을 역추적해 본 결과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과거 개를 도축했던 곳이라고 밝혀졌다. 경찰은 안씨가 사건 당일 이곳에 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안씨의 몸 상태를 보더라도 그 근처에서 갈 만한 곳이 그곳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안씨가 사건 당일에 술에 취한 마냥 비틀거렸던 이유는 정말로 술에 취해서가 아니라 전기 충격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 측 주장이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 말에 따르면 안씨의 동서, 즉 아내 허갑순의 제부가 과거에 개 도축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마침 그는 안씨를 병원으로 데리고 나간다고 떠난 사람이기도 했다. 경찰은 안씨의 동서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계속했다. 그 결과 사건 당일 김씨의 행적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김씨는 안씨를 데리고 전주시에 있는 병원에 가는 길에 헤어졌다고 했는데, 그 경우 도로 CCTV에 전주 방향으로 가는 길, 임실 방향으로 가는 길 양 방향에서 판독이 되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전주 방향 도로 CCTV 어느 곳에서도 김씨의 차는 찍히지 않았다. 사건 당시에 임실에서 전주로 가는 길은 오직 하나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김씨의 차는 엉뚱한 곳 CCTV에 촬영되었다. 그곳은 바로 순창 방향의 도로에 설치된 CCTV였다.

7월 6일 새벽 2시 55분 무렵에 김씨의 집에서 안씨의 유골이 매장된 순창까지 가는 길에 한 군데 CCTV가 있었는데, 순창으로 가는 방향의 CCTV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임실로 돌아오는 방향의 CCTV에는 찍혀 있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번호판이 가려진 채로 찍혀서 김씨의 차가 맞는지는 처음엔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8시 반 쯤에 같은 CCTV에 김씨의 차가 순창으로 향한 것과 46분 뒤인 9시 18분에 다시 임실로 돌아오는 것까지 모두 적나라하게 찍혔다. 두 차량을 비교분석한 결과 동일한 차종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김씨는 안씨를 탑차에 데리고 갔다고 했는데, 7월 6일 새벽에 순창에서 임실로 돌아오는 방향에 찍힌 용의차량도 바로 탑차였다.

그래서 경찰은 곧바로 김씨의 차량을 조사했다. 그러나 탑차 내부 혈흔 조사를 실시했으나 어디에서도 안씨의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경찰의 조사가 끝나고 불과 며칠 뒤에 김씨의 차량에 불이 나 전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연한 화재사고였을까? 아니면 김씨가 경찰이 미처 짚고 넘어가지 못한 사이에 범행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질렀을까?

그 밖에도 김씨가 범인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황증거들은 참 많았다. 안씨의 유골이 발견된 곳은 일제 강점기 때만 사용했던 도로라 마을 사람들만 안다고 한다. 즉, 범인은 이곳의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력한 용의자 김씨는 안씨의 유골이 발견된 그 야산이 있는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음이 밝혀졌다. 심지어는 그 마을에 김씨의 부모도 최근까지 살았고 부모를 뵈러 종종 왔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부모가 죽은 후에 이사갔다고 하며 그가 살던 집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음이 밝혀졌다.

또 안씨의 아내 허갑순은 갑자기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했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집이 경매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본래 안경훈 씨는 임실에 살던 사람이 아니었고 제부의 도움을 받아 임실에 정착했다고 하며 집도 김씨의 명의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김씨가 안씨 부부 몰래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김씨는 노름에 손을 대서 거액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자그마치 약 1억 4500만 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해서 노름을 했다. 즉, 손위동서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노름을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경찰은 김씨가 이 사건의 범인이고 동기는 금전문제이며, 처음에 전기충격기를 써서 안씨를 실신시키려 했으나 실패하자, 2차로 병원에 데려가주는 척하면서 단 둘이 남았을 때 안씨를 살해하고, 외지인이 알기 힘든 순창의 야산으로 끌고 가 암매장했으리라고 주장했다. 손목을 도구를 쓰지 않고 순수하게 손기술만으로 탈골시켜 빼낸 점과 주변에 동물 뼈를 흩뿌려 놓은 점으로 볼 때 범인은 개장수를 했던 김씨와 모든 정황조건이 일치했기 때문에 설득력을 높여주었다. 그러나...

물증이 없었다. 김씨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들은 모두 정황증거들이었고, 범인이라고 확증해 줄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 당장 안씨가 어떤 방식으로 살해당했는지도 알 수가 없었고, 7월 6일 새벽 2시에 찍힌 차량과 익일 오전 8시에 찍힌 김씨의 차량이 동일한 차종이라고만 했지 같은 차라고 하진 않았으므로 이 역시도 증거로 채택될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에 탑차가 그 차 1대만 있는 것도 아니잖는가? 만일 7월 6일 새벽 2시에 찍힌 그 용의차량의 번호판이 찍혔고 그게 김씨의 차량 번호판과 동일하다면 증거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로 삼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김씨의 차량은 홀랑 타버렸다. 결국 경찰은 김씨를 범인으로 체포할 수 없었고 사건은 현재까지 7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못했다.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면 순창경찰서 063-850-8224로 제보하자.

대중매체

2012년 3월 2일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이 사건에 대해 방영한 바 있다. 이 방송에서는 허갑순의 제부 김씨를 범인으로 강력하게 미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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