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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일, 충청북도 청주시에 거주하는 중년 여성 이진숙(당시 57세, 가명)이 실종된 지 14일 만에 대전광역시의 신탄진 금강변에서 얼굴에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채 질식사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보통의 질식사와 달리 서서히 고통을 느끼다 죽었을 것으로 보인단 점에서 일각에선 사이코패스의 소행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었고 성향이 가학적인 자의 소행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제기된 사건이었다. 사체에서 남성의 체액이 발견되었으나 주변인과 전과자의 DNA와 일치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어 허탕을 쳤고 현재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2009년 2월 1일 저녁 6시 무렵 대전광역시 신탄진 금강 강변으로 산책을 나온 A씨는 그날따라 함께 산책을 나온 애완견이 유달리 정신 사납게 고개를 돌리며 뭔가를 찾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정신 없이 뛰어가던 개를 뒤쫓아 메마른 수풀 속까지 이른 A씨는 그곳에서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진 채 꽁꽁 얼어붙은 여성 시신 1구를 발견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에 나서 시신의 신원이 청주의 대형마트에서 야간 미화원 일을 하던 이진숙이라고 알아냈다. 그런데 이씨는 이미 11일 전인 1월 21일에 가출신고가 되었다. 보통 11일 정도 지난 시체면 이미 얼굴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하지만, 사건이 일어났을 때가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부패 속도가 더뎌서 비교적 시신은 온전했고 비닐봉지로 얼굴을 덮어쌌음을 제외하면 특이점은 없었다. 옷과 양말에는 피나 흙이 묻지 않은 채로 깨끗했고 시신이 유기된 후 쥐와 같은 동물들이 왼손의 손등을 갉아먹은 것 외에는 별다른 외상도 없었다. 그런데 옷 속에 감춰진 시신에서 남성의 체액이 발견되었다. 이는 이씨가 어떤 남성에게 강간을 당한 뒤 살해당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통상 여성이 강간을 당한다면 아무리 힘이 약하더라도 저항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남성의 몸을 할퀴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손톱에서 남성의 피부나 피가 검출되어 범인을 밝혀낼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런데 이씨의 시신에서는 어떠한 저항흔도 발견할 수 없었다. 폭행을 가했거나 흉기를 쓴 것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목을 조른 흔적도 없었다! 꼭 그렇지는 않다. 저항흔이 없는 강간 사건도 많이 실재하며, 두려움에 지배와 통제를 당해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칼을 들이대며 이씨를 범인이 협박하는 등의 상황이었다면 실질적인 저항이 힘들었을 것이다.

즉, 이 말대로라면 이미 이 씨는 살해당하기 전부터 어떤 이유에서인지 항거불능 상태였고, 범인은 유유히 이씨를 강간한 뒤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서서히 질식사를 유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씨는 어떤 유형의 범인에게 살해당하였을까?

 



경찰은 우선 이씨의 생전 마지막 행적을 통해 범인을 추려내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청주시 가경동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야간 미화원으로 일했는데, 매일 마트가 폐점하는 밤 10시에 출근해 청소를 시작한 뒤 익일 새벽 5시에 퇴근했다. 이씨는 마트에서 약 4 km 떨어진 청주시 모충동에서 살았는데, 매일 아침 6시에 도착하는 버스 첫 차를 타고 귀가했다고 한다. 퇴근하고 버스가 오는 1시간 동안은 마트 내의 미화원 대기실에서 눈을 붙였다가 마트를 나서 버스에 올랐다고 한다. 

이씨가 이 마트에 마지막으로 출입한 날짜는 시신이 발견되기 딱 2주일 전인 1월 18일이었다. 그날도 첫 버스가 도착하기 약 10분 전인 새벽 5시 50분에 이씨가 마트를 마지막으로 나가는 모습이 마트 CCTV에 찍혔다. 마트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도 포착되었는데 그날 따라 버스는 좀처럼 오질 않았다. 그런데 6시쯤에 버스 대신에 검정색 트라제 XG 차량이 그 버스 정류장에 등장했다. 본래 그 차는 반대 방향으로 주행 중이었는데 이씨를 보자마자 갑자기 유턴을 해서 이씨가 있던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트라제 XG 차량의 운전자는 이씨와 약 15 m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3분간 멈췄다가 다시 버스 정류장 앞으로 다가갔다. 그 차를 몬 40~50대 남성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이 씨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고 약 10초 동안 대화하는 장면이 도로에 설치된 CCTV에 찍혔다. 그 다음 이씨가 버스 대신 트라제 XG 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했다. 그리고 그 차는 이씨의 집이 있는 모충동 방향으로 향했다. 그때가 오전 6시 3분이었고 정확히 2분이 지나서 이 씨가 기다리던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씨가 그 차에 탑승한 지 17분이 지난 오전 6시 20분에 이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그날 이후로 행방불명되었다. 그리고 2주일이 지난 2월 1일에 실종된 버스 정류장에서 약 28 km 떨어진 대전의 금강 강변에서 이 씨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 트라제 XG 차량을 운전한 그 남성은 이씨와 어떤 관계였을까? 왜 이씨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을까?

이씨의 사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이며, 사망추정시각은 실종된 당일 즉, 1월 18일 오전 8~9시 무렵으로 판정되었다. 사인이 경부압박으로 인한 질식사라면 뭔가에 목이 졸려 숨졌다는 말인데, 부검의의 말에 따르면 목이 졸려 급사하는 보통의 질식사와 달리 이씨는 서서히 죽어갔다고 확인됐다! 이씨의 시신에서는 손으로, 또는 끈 등으로 목을 조른 흔적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오직 머리에 씌운 검은 비닐봉지를 고정하기 위해 2번 묶은 매듭만이 전부였다. 범인이 부드러운 수건 등으로 이씨를 마취시킨 다음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시신발견 현장에서는 다른 범행추정도구가 일절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이와 같은 이씨의 사인을 토대로 경찰 측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웠다.

범인은 면식범?

첫 번째로 제기된 주장은 범인은 이씨와 면식 관계라는 것이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유력한 트라제 XG 차량을 운전한 남성과 이씨가 잠깐 대화를 나눴고 이씨가 그 직후 그 남성의 차량에 탑승한 점과 이씨에게서 저항흔이 나오지 않은 점이 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였다. 즉, 사건 당일에 그 남성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씨를 발견해 그 쪽으로 차를 몬 다음 "집에까지 태워다 주겠다." 하는 핑계로 이씨를 차에 태웠고 적당히 때를 보아 기절시킨 다음 강간하고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신탄진까지 이동, 시신을 유기했다는 것이다. 기절이나 마취된 후 비닐봉지가 씌워져 깨어나기 전에 질식사했다고 분석된다.
그러나 미제사건 전담반-끝까지 간다에서 CCTV를 픽셀 단위로 분석한 결과, 범인이 차량에서 내리고 피해자와 조우할 때는 피해자는 범인을 처음 본 듯 뒤로 주춤하는 것이 보였다. 피해자가 바로 탑승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비면식관계일 가능성도 있다.

범인은 사이코패스?

또다른 의견으로는 범인이 사이코패스라는 의견도 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이 씨가 단번에 목이 졸린 채로 급사한 것이 아니라 서서히 고통을 느끼다 죽었다는 것이었다. 사이코패스들은 대개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고통을 안겨준 뒤 살해하는데, 피해자들이 고통을 느끼는 장면을 보고 희열을 느끼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들은 두려움이란 게 없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를 때에나 범행을 은폐할 때에나 대담하게 시간을 자유로이 쓴다. 이로 볼 때 범인은 사이코패스이고 단번에 밧줄이나 끈으로 목을 졸라 죽이지 않고 비닐봉지를 씌워 천천히 이씨를 죽어가게 하면서, 고통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꼈으리라고 볼 수 있었다.

난항을 겪는 수사

그러나 이런 가설을 수립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은 수사 초기 면식범의 소행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유력한 용의자 1명이 나왔다. 경찰이 지목한 유력한 용의자는 과거 이씨와 같은 동네에 살았던 박씨(당시 70세)였다. 이씨와 박씨는 10년째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박씨가 이씨에게 일부러 돈을 빌려준 뒤 따로 만나자고 추근덕거렸다는 주변 진술까지 나왔다. 그러나 박씨의 DNA는 이 씨의 시신에서 발견된 체액의 DNA와 완전히 달라서 박씨는 범인이 아니라고 밝혀졌다. 다른 주변인물도 용의자로 거론되었으나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고, 유사 전과자의 DNA와도 대조했지만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트라제 XG 차량의 차주가 누구냐는 것이다. 그 차량의 차주가 범인일 확률이 매우 높은데 이씨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의 화질이 매우 불량해 차량번호를 식별할 수 없었다. 경찰은 범행 전후 실종현장 및 시신이 발견된 곳 인근을 지나가거나 청주와 대전 등 인근에 등록된 트라제 XG 차량 약 1만 7300여 대를 조사해 그 소유자나 운전자 중 알리바이가 불확실한 약 800여 명의 DNA를 확인했으나 허탕이었다. 또 약 1년에 걸쳐 이씨의 주변인물과 전과자 등 1천여 명의 DNA를 대조했지만 역시 허탕이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결국 이 사건은 미제 사건이 되고 말았다.

2017년 2월 11일 미제사건 전담반에서 이사건을 다루었는데, CCTV 분석을 통해 용의차량이 1999~2002년 사이에 생산된 검정색 트라제 XG LPG GLS 이상급 차량으로 추정하였다

에필로그

본래 이 사건은 사건 발생 후 만 25년이 경과한 2034년 2월 1일자로 공소시효가 만료될 터였으나, 이른바 태완이법이 통과되어 2000년 8월 1일 이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었다. 즉, 2034년 이후에도 범인이 살아있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체포하여 법정에 세워 처벌할 수 있다. 현재 이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도 이미 사건해결의 희망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지금 범인은 우리들 곁에서 평범한 이웃인 척하면서 숨죽여 지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 사건의 정보나 범인의 정보에 대해 알고 있는 위키러들은 충북경찰청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으로 적극 제보하도록 하자.

미디어

2017년 2월 11일, KBS 미제사건 전담반 끝까지 간다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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