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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3일 16시 7분경 부산시 사하구의 몰운대종합사회복지관에서 10대 후반의 발달장애인 이 모 군이 만 1세의 아기 정상윤 군을 떨어뜨려 살해한 사건. 

심신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자의 행위를 벌할 수 없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된 사건이기도 하다.

 

사건 당일, 피해자 정상윤 군(1세 : 당시 21개월)은 첫째 형(6세)의 치료를 위해 사회복지관에 방문중이었다. 형이 치료수업을 받는 동안 정 군은 엄마와 함께 3층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때 발달장애 1급 장애인인 이 모 군(당시 18세)이 나타나 정 군의 손을 끌고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군의 안면을 기억하던 정 군의 모친은 처음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따라가다가 이 군이 갑자기 건물 외부로 통하는 철문을 열자 다급히 제지하려 하였다.그러나 이 군은 그대로 건물 밖으로 나가 정 군을 난간 너머로 들어올린 상태로 정 군의 모친에게 미소를 지은 후 손을 놓아 떨어뜨렸고 정 군은 모친의 눈 앞에서 9.4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정 군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뇌출혈로 결국 사망하였다. 


누구의 잘못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지적장애자 본인이 아니라 그를 감독할 의무가 있는데 방기한 관리자에게 책임이 있다.

이 참혹한 사건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공방이 오고갔다. 보통은 피해자를 직접 살해한 이 군에게 가장 큰 책임이 가겠지만 이 군은 발달장애 1급으로 판단력이라 부를 수 있는 그 어떤 능력도 전혀 없는 자이기 때문에 그에게 책임을 돌릴 수는 없고 다른 관리자가 책임져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형법의 여러 원칙중 하나인 책임주의와 책임능력 항목을 참조바람.

발달장애 1급은 절대 단독 행동하여선 안되며, 반드시 활동보조인과 함께 있어야 하는데, 이 군의 활동보조인인 호산나 복지재단 소속인 김 씨는 활동보조인 등록만 해 놓고 자신의 어머니 백 씨에게 이 군을 위탁하였다. 즉 자신이 활동보조인으로써 받을 돈은 다 받으면서 정작 한 것은 없었다는 말. 그리고 백 씨는 이미 다른 장애인의 활동보조를 담당하였고, 즉 당시 백 씨는 두 명의 장애인을 담당하고 있었다. 발달장애 1급은 법적으로 1:1로 담당을 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백 씨와 김 씨가 이 법을 어긴 댓가로 한 어린 아이의 생명이 어처구니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가해자의 상태

가해자 이 군은 나이는 19세였지만, 지능은 5살 수준만도 못한 상태다. 일단 법정에서는 5세아 수준의 정신연령이라고 결론냈으나, 일반적인 5세 아동이라면 엄마에게 따지기도 하고,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기도 하는 매우 말 많고 똑똑한 말솜씨를 구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군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시제와 가정문, 원인과 결과에 대한 문장표현이 불가능하며, 자신이 피해자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기억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던졌다’와 ‘놓쳤다’와 ‘떨어졌다’가 무슨 차이인지도 전혀 모르며, '왜?'이유를 묻는 화법이나 단어의 뜻도 하나도 모르고, 죽음이라는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죽는다는 것을 실감하려면 적어도 10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세살짜리 어린애 수준인 이 군은 이것을 아예 모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부모조차도 '네가 아기를 밀어서 아이가 다쳐서 병원에 갔다. 그래서 아기를 아프게 해서 벌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말해줘도, 설명해줘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나마 '아프다'라는 것이야 본인이 살면서 경험한 적이 있기에 그 개념정도는 이해가 가능하지만, '죽였다'고 말해도 죽음이란게 뭔지 모른다. 발달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어? 아무리 저능아라도 그 정도는 알 거 아냐?!'라고 분통을 터뜨리지만, 정말로 모르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그냥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 상태가 낮다는 것.

그러므로 정상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그의 행동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아이를 아래로 던진 것은 마치 아이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인형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그저 단순한 행동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아이를 던지며 미소를 지은 것도 별다른 의미가 있어서 한 행동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정상인이었다면 '저런 악마!'하겠지만, 그는 그저 별 뜻 없이 지은 표정이었던 것. 물론 그 광경을 목격한 피해자 어머니에게는 평생의 PTSD로 남을 모습이었겠지만.

이런 상황을 보면 그가 무죄를 받은 것도 과한 게 아니다. 형벌이란 교화시키고 재사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그는 뇌기능 수준 자체가 서너 살 수준에서 발달을 영원히 멈추어 버렸기에 아무리 가르치고 설명해주어도 나아질 가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해를 할 지능 자체가 없다시피하므로. 책임능력이 아예 없는 상태의 사람에게는 책임을 지게 해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심신상실 상태이면 행위능력에 법적 책임이 없다.

그래서 조사는 물론 재판 과정에서도 판사가 엄청나게 당황하고 고생했다고 한다. 발달장애인 특유의 산만함을 보이거나 판사가 장애인임을 참작하여 유치원생 대하듯 친절한 어조로 최대한 쉬운 말만 쓰며 질문하는데도 판사의 말을 끝부분만 그냥 따라하거나(반향어), 맥락 없는 말을 반복하거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무조건 '네'라고만 대답하는 등 의사소통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상태였으니 법원도 완전한 심신상실로 판단하고 무죄를 준 것.

경과

일단 검찰은 이 군을 구속한 뒤, 국립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거쳤다. 발달장애 1급이 맞는지를 다시 확인하고 심신상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었는데, 감호소에서 내린 평가는 심신상실이 맞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심신미약을 적용하여 징역 8년과 치료감호를 구형했다. 그러나 2015년 5월 18일 부산지방법원은 이 군의 혐의에 대해 '살해행위는 인정되나 심신상실로 처벌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하며 치료감호 청구마저 기각시켰다. 항소하긴 했지만 무죄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고 단지 치료감호 청구만 인용되었을 뿐이다.

정상윤의 어머니는 이 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하여 진행상황을 알리고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아무도 상윤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사과조차 없다는 사실에 굉장히 억울해 하고 있으며, 또한 가해자 이 군이 장애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그래도 살인자이므로 어느 정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정 군의 어머니는 부정수급자로 김 씨를 고발하였으나 결과는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으로 나왔다. 이에 상윤이 엄마는 다시 복지관 직원들의 녹취록과 함께 항고장을 접수하였으나 10월 26일 항고 기각 통지서를 받았으며 현재 탄원서와 더불어 재항고를 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미 취재파일K 인터뷰 당시 활동보조인 백씨가 직접 "부정수급을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직접 말을 한걸 생각하면 일반적인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사실 이 군은 몇달 전에 복지관 교육이 끝나 그 장소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 그곳에 있었던 건 순전히 백 씨 탓. 그래서 활동보조인 백 씨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되었으나 2016년 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활동보조인의 의무에는 교육이나 훈계 등이 포함되지 않고, 그저 정신질환자의 활동이 보다 자유롭도록 보조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 가해자 이 군은 폭력적인 성향이나 행동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활동보조인의 이번 사건과 같은 돌발행동을 예견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과실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검찰은 항소하였으나 2016년 11월 24일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났다 가해자 이 군은 법적으로는 심신상실로 무죄. 1심판결 그대로 확정됐다. 다만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목적으로 치료감호소에서 치료는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즉 처벌없는 치료처분인 셈이다.

결국 이 사건은 아무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형태로 종결되었다. 누구에게서도 존중받지 못한 채 사라진 죄 없는 피해 어린이의 생명과 인권, 그리고 평생을 아파하며 살아갈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만 남았다.

영향

결국 이 사건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극심하게 악화되고 잠재적 가해자로 낙인찍히는 데에 어마무시한 영향을 끼쳤다. 가뜩이나 천안 피해망상 이웃살해 사건 등으로 정신질환자/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여론이 위축되어 있었는데, 또다시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해당 복지관 및 담당 구청과 피의자의 보조인, 가족 등 관계자들에게서는 일체의 사과도 없었다고 한다. 가해자의 부모가 문자(...)로 미안하다고 한 정도가 고작이었다고. 그나마도 그 뒤에 '(가해자)를 키우느라 너무 힘들었다. 이해해 달라'는 말이 따라붙은, 제대로 된 사죄라고 할 수 없는 형식적인 말일 뿐이었다. 이 와중에 장애인 단체 등 관련 업계는 "일부 극단적인 사례만으로 장애인을 욕하고, 안 그래도 힘든 장애인을 키우는 부모의 고충을 이해하지 않다니 무심한 세상이다!"라는 등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발언을 하는 걸로도 모자라 살인범의 무죄를 주장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하는 정신나간 짓까지 벌인 덕분에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지게 만들었다. 거기다 장애인 단체가 자기들 스스로 살인범을 옹호하기 위해서 탄원서까지 제출해 주는, 범죄자 인권만 챙기는 위선자 집단이라는 이미지까지 씌워버린 것은 덤. 이에 대해 '저건 아닌데...'라고 생각한 장애 부모도 물론 있었지만, 혹시 목소리를 냈다가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눈치보며 그저 침묵했을 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결과, 사람들에게 '장애인 부모는 모두 저렇게 이기적이다. 자기 자식이 사람을 죽여도 사과 한 마디 안 하는 말종들이다'라는 인식이 강렬히 박히는 더욱 최악의 결말이 나오고 말았다. 만약 장애인 사회에서 침묵과 가해자 옹호 대신, 저러한 이들을 나무라며 보호자의 무책임함을 자성하고 개선하려 하는 의지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나왔다면 이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발달장애는 여론과 언론에 의해 '사람을 죽여도 처벌을 받지 않는 살인면허'로 낙인찍혔고, 가해자가 다니던 특수학교는 살인학교라는 항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되었다. 사회적 차별로 인한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고통이나, 주민들의 반대로 특수학교 설립이 어렵다는 데 대한 기사가 나오면 반드시 이 사건이 언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사람들이 발달장애인 싫어하고 꺼려하는 거 이해가 간다. 진짜로 위험한 건 맞잖아? 못 봤어? 진짜로 사람 죽이는 거?" 류의 냉소와 조롱이 베플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피해자가 되는 일이 더 많다거나, 비장애인의 범죄율이 훨씬 높다고 반박해도 '그래도 걔네는 처벌이라도 받지. 장애인은 아무 처벌도 안 받아!'라고 재반박당한다. 특히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반응이 더 심한데, 부모란 일단 내 아이가 위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눈앞에 보이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논리적인 통계로 설명해도, 공포나 두려움이 애초에 이성과 합리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해치는 사건이 극히 드물다고 해도, '그 극히 드문' 실제 사례가 살인, 그것도 영아 살해라는 가장 끔찍하고 극단적인 형태로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심지어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 것을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뇌리에 단단히 각인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아이를 죽인 발달장애인이 심신상실자이기 때문에 죄를 받을 수 없다면, 그를 보호감독할 책임을 지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은 거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발달장애인은 시한폭탄! 무조건 기피해야 해, 만약 무슨 일 당하면 걔네는 벌도 안 받는데 나만 손해야'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굳어져버렸다... 차라리 가해자를 대신해 누구라도 처벌을 받았더라면, 발달장애인에 대한 여론이 지금 정도까지 혐오 일변도로 치닫는 불행한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심신미약자의 감경 사유를 지나치게 축소 적용하여 정신이상자라는 걸 알면서도 정상인 못지 않은 수준의 동등한 판결을 내리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찾아보자면,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처럼 심신미약 악용을 막게 된 것과 심신미약을 면죄부로 생각하는 태도가 줄어들도록 인식이 변화하게 한 데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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