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19일, 119 구조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은 나주의 드들강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낚시꾼인데, 그물에 뭔가가 걸려 보니 자동차가 밑에 가라앉아 있는 것 같다는 제보전화였다.
신고 접수를 받은 구조대와 경찰관들이 모두 드들강으로 출동했으나 첫 날에는 찾지 못했고, 다음 날 다시 걸려온 제보 전화에서 알려준 위치대로 가서 보니 물에 빠진 차 한 대가 있었고, 그 안에는 20대로 보이는 여성의 시체가 있었다. 사망자의 신원을 밝혀본 결과 26세의 여성 김모 씨였는데, 김 씨는 시신으로 발견되기 8일 전인 6월 11일에 남편으로부터 실종 신고가 되어 있던 상태였다.
김 씨의 남편은 아내가 운전연수를 위해 드들강에 갔는데 그 뒤로 집에 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김 씨의 부검 결과 김 씨는 6월 6일 밤 11시에 사망한 것으로 판정되었다. 김 씨는 임신 5개월차 임산부였다. 시신에 뚜렷한 외상도 없었고, 또 사망자의 폐에서 플랑크톤이 발견된 점을 미루어 사인은 익사로 밝혀졌다. 그래서 당초 경찰은 남편의 진술대로 김 씨가 운전 미숙으로 인해 강에 빠져 변을 당한 것으로 생각했다.
언뜻 보기엔 단순한 사고사로 보였지만, 이 사건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존재했다. 그 의문점은 다음과 같다.
이상의 의문점들이 이 사건이 단순히 운전이 미숙한 사망자가 사고를 당해 죽은 것일까 하는 의문점을 낳게 했다.
주행 중에 차가 강물에 빠졌다면 강물에 빠지는 동안 강 가의 돌이나 나무 등에 부딪히거나 긁힌 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발견된 차의 차체에서는 그런 것들이 발견되지 않고 그냥 깨끗하게 수장되었다는 게 뭔가 수상했다. 그런 데다 김 씨는 6월 6일 밤 11시에 사망한 것으로 판정되었는데, 그렇다면 사건 당시 김 씨는 야간에 차를 몰았을 것이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차의 전조등은 켜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간에, 그것도 도시만큼 가로등이 밝지도 않은 시골에서 전조등을 켜지 않고 차를 운전하는 건 자살 행위이다. 아무리 초보 운전자라도 전조등 켜는 법 정도는 다 알고 있으며, 그걸 모르면 아예 면허 시험을 칠 수도 없다. 또 기어가 중립에 놓여있는 것도 매우 수상하다. 사고를 당한 차량의 기어는 오토매틱 기어였는데, 암만 초보 운전자라도 D에 놓아야 주행할 수 있고 R에 놓으면 후진, N에 놓으면 멈추고 주차할 때는 P에 갖다 놓아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분명 주행 중에 운전 미숙으로 차가 강물에 빠져 버렸다면 기어는 주행에 놓여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사고를 당한 그 차량의 기어는 중립에 놓여 있었다. 차가 강물에 빠졌는데 운전자가 탈출할 생각은 않고 기어를 중립으로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런데 초보 운전자인 김 씨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사건에선 남편도 매우 수상했다. 일단 김 씨의 남편은 평소 행실이 방정치 못한 사람이었다. 김 씨의 남편은 조직폭력배의 일원으로 있었던 사람이었으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사채를 써서 거액의 빚을 지고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 남편이란 자가 김 씨의 이름으로 거액의 생명보험을 들어놓았고, 김 씨가 사망하자 자신이 2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빚을 갚기 위해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이 사고를 가장해 김 씨를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심증만 있을 뿐 이 남편이 범인임을 입증할 물증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 사고가 미궁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점은 제보 전화부터가 이상했다. 보통 목격자나 신고자는 한 번 경찰이나 구조대에 신고를 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그러지가 않았다. 이 사건의 신고 전화는 6월 19일에 최초로 걸려 왔는데, 이때 경찰과 구조대는 그 문제의 차량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 날에 다시 제보 전화가 동일인물로부터 걸려왔다. 그러나 보통 목격자들이나 신고자들이 잘 하지 않는 행동을 한 게 뭔가 수상쩍었다. 그리고 구조대 측에서 "혹시 어제 전화 주신 분과 같은 분이시죠?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라고 묻자 갑자기 전화가 안 들리는지 뚝 끊어버렸다. 마치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면 안 되는 사람처럼 한 것도 수상했다.
그 전화가 이상한 점은 더 있었다. 신고 전화는 분명 자칭 낚시꾼이라는 인물이 했는데, 그 옆에 한 사람의 목소리가 더 들렸던 것이다. 신고자 이외 목소리 주인공은 30대 남성의 목소리였는데 "겁 먹지 마", "떨지 마" 등의 말이 들렸다. 정황으로 보아 신고 전화를 하고 있는 낚시꾼에게 하는 말 같았는데, 도대체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또 그 낚시꾼이 차량이 있는 위치를 제보할 때에도 옆에서 "화순 방향, 화순 방향" 하는 식으로 마치 각본을 알려주듯 말했다. 즉, 이 사람은 그 낚시꾼이란 제보자보다 사건에 대해 훨씬 더 빠삭한 인물이란 점인데, 이 사람의 정체는 누구일까?
위 의문점에 대해 의문을 품은 형사의 끈질긴 노력 끝에 제보자의 정체를 밝혀냈다. 그 제보자의 정체는 김 씨 남편의 친구로 밝혀졌다. 제보자가 사실 낚시꾼이 아니었고, 남편의 부탁을 받고 신고를 대신 해준 것이며, 그 대가로 아내 사망 시 지급받는 보험금의 일부를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사 결과 김 씨의 남편은 이미 보험 사기를 저지른 전적이 있었던 인물이었다. 이상의 정황증거를 토대로 경찰은 이 사건이 사고를 가장한 살인 사건이었으며, 범인은 김 씨의 남편 박 씨라고 지목했다.
경찰 측에서 밝힌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조직폭력배 출신이었던 박 씨는 휴대폰 대리점 운영을 하다가 말아먹어 거액의 빚을 진 상태였는데, 전처와도 이혼해 버려 빈털터리 신세로 15개월 된 딸을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2007년 2월, 그는 인터넷에 15개월 된 딸을 돌봐줄 보모를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올렸다. 이 구인 광고를 본 사람이 바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26세의 미혼모 김 씨였다. 당시 김 씨는 낙태 문제로 남자친구와 갈등을 겪은 뒤 헤어졌는데, 마땅히 거처도 없던지라 숙식을 제공해준다는 이 구인 광고에 끌려 죽음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어쨌든 김 씨는 한 달 동안 보모로서 그 박 씨의 15개월 된 딸을 정성껏 돌봐주었고, 박 씨는 김 씨에게 "나는 이혼남이고 너도 미혼모니까 우리 다시 한 번 행복한 가정을 꾸려보자. 뱃속에 있는 네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아빠 노릇하면서 정성껏 키워줄게"라고 청혼을 했다. 오갈 데 없는 미혼모였던 김 씨는 이 청혼에 홀딱 넘어가 버렸고, 두 사람은 그 해 5월 23일에 혼인신고를 하고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박 씨가 집필한 시나리오에 불과했다.
김 씨가 초보 운전자란 사실을 알게 된 박 씨는 결혼 일주일 후에 자신의 명의로 세피아 승용차를 구입해 김 씨에게 운전을 하게 만들었다. 30일부터 박 씨는 피보험자를 김 씨로, 보험수익자를 자신으로 하는 세 개의 보험을 연달아 가입했다. 6월 6일 밤 11시경 결국 김 씨는 어머니에게 "남편이 강가에서 부른다"는 마지막 통화기록을 남긴 뒤 실종됐다. 경찰은 박 씨가 이 날 운전연수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김 씨를 운전석에 앉히고 시동만 걸고 아직 기어가 중립에 놓여 있는 상태에서 뒤에서 그대로 차를 떠밀어 강에 빠뜨린 것으로 추정했다.
사건 이후 박 씨는 경찰서에 세피아 승용차를 도난당했다고 먼저 신고했다. 아내에 대한 가출 신고는 4일이 지난 뒤였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자신이 친구 양 씨와 함께 그 무렵 드들강 주변에서 아내를 찾아다녔다고 진술했지만, 양 씨는 그런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아내의 시신이 발견된 지 한 달이 지날 무렵 박 씨는 미리 들어놓은 보험금을 청구하기 시작했다. 박 씨는 한 보험사로부터만 1억 9,800만 원을 받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박 씨가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 틀림없다. 하지만 범행 장면이 찍힌 CCTV나 목격자가 없기 때문에 직접증거 즉, 물증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재판부도 고심을 거듭했다. 1심에서는 살인죄와 보험사기죄를 합산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당연히 박 씨는 항소했고 2심으로 넘어갔다. 2심 재판부는 살인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보험사기죄만 적용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왜냐하면 박 씨가 직접적으로 김 씨를 살해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사건 당일 밤 10시 51분 어머니와 통화한 김 씨의 마지막 위치는 사고 지점에서부터 9km 떨어진 곳이었다. 11시 22분 박 씨의 마지막 발신 위치는 화순읍이었다. 2심은 현장검증까지 거쳤는데 박 씨가 그 사이의 31분 동안 아내를 유인해 차에 빠뜨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결국 3심인 대법원까지 넘어가 버렸다. 그런데 대법원은 심리가 부족하다며 이를 뒤집었고, 2013년 8월 1일 광주고등법원은 "범행 추정 시각의 교통량이 오후에 진행됐던 현장검증 당시보다 훨씬 적었을 거다. 피고인이 과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살인죄를 다시 인정해 박 씨에게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2013년 3월 16일 그것이 알고 싶다(<드들강 미스터리 - 수화기 너머 또 다른 목소리> 편), 2014년 12월 18일 기막힌 이야기 실제상황(<그 놈 목소리> 편)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