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8일에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금장2리 도로변 갈대숲에서 故차진숙(가명) 씨의 오른쪽 다리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흥해읍 일대에서 차진숙 씨의 토막난 시신이 발견되어 세상에 드러난 사건이다. 시신은 예리한 톱날 같은 것으로 5부분이 절단되어 있었는데 부패 상태가 매우 심했다. 경찰 측에서는 차진숙 씨의 시신 상태로 보아 사망한지 1개월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사체는 범인이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지 지문이 있는 각 손가락 끝마디를 모두 절단해 놓았다. 사체의 훼손이 심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할 수도 없었고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 만한 증거들도 나오지 않아 수사가 답보 상태에 놓였고 결국 2019년 현재까지 11년째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장기 미제 사건이다.
2008년 7월 8일, 경상북도 포항시 흥해읍 금장 2리 도로변의 갈숲에서 살구를 따러 온 황 씨 부부는 살구나무 아래에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쪽 다리 하나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황 씨 부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서장을 중심으로 5분 타격대 및 기동중대, 형사대 4개 반으로 구성된 총 200명의 인원을 동원해 시신이 발견된 금장 2리 도로변의 갈숲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다. 수색 작업 2시간 만에 경찰은 시신의 오른팔을 찾아냈고 저녁 6시경에 왼팔과 왼쪽 다리를 찾아냈다. 그러나 머리와 몸통은 찾아내지 못했으며 시신이 발견된 때가 무더운 여름이라 부패가 심해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들었으며 들쥐와 같은 야생동물에 의해 훼손된 흔적이 있었다.
사체를 부검한 결과 피해자는 40~50대 여성으로 추정되었고 예리한 톱날에 의해 절단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오른손은 손가락 끝마디가 모두 절단되어 지문 채취를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범인을 찾는 건 고사하고 사망자의 신원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다 중요한 머리와 몸통이 발견되지 않아 얼굴 없는 여인의 죽음에 포항 일대가 크게 술렁였다. 이 같은 잔혹한 수법에 일각에서는 사이코패스의 소행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돌았다.
사건 발생 2주 후, 다시 수사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벌어졌는데 최초 여인의 사지가 발견된 갈숲에서 약 1.2km 떨어진 음료창고 부근 갈숲에서 시신의 머리와 몸통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 마을의 꽃길 작업반장이었던 소 씨가 작업 도중 포대 하나를 발견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낫으로 포대를 찢어 살펴보았더니 그 안에 머리와 몸통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사체의 부패 상태가 매우 심각해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고 심하게 훼손된 탓에 사인을 판단할 수도 없었다. 다만, 설골이 골절된 것으로 보아 목 부위에 강한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그 사이, 훼손된 시신 왼손에서 어렵게 확보한 지문을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냈는데 피해자는 포항에 거주하는 49세 여성 차진숙(가명)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발견되기 보름 전인 6월 24일에 남편(당시 42세)에 의해 실종신고 된 상태였다. 피해자 차진숙 씨는 제주도 출신으로 결혼 후 포항시 동해면에서 7세 연하의 남편과 함께 살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시신이 발견된 흥해읍은 그녀의 집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이다. 도대체 그녀는 왜 살해당한 것도 모자라 시신마저도 참혹하게 토막이 났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유기되어야 했을까?
차진숙 씨의 행적을 조사한 경찰은 차 씨가 6월 11일 밤 택시를 타고 노래방에 들른 사실과 12일 새벽 2시 30분쯤 집 앞에서 친구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차 씨의 전화는 집에서 반경 1.5km 지점에서 꺼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측에서는 차 씨가 마지막으로 친구와 통화를 한 6월 12일 새벽 2시 30분에서 남편이 아내가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6월 12일 아침 사이를 사망 추정 시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2015년 5월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피해자 차진숙 씨는 사건이 일어나기 몇 달 전부터 심리적으로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고 한다. 차 씨가 실종되기 약 4개월 전인 2008년 2월에 차 씨는 몹시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외투도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교회에 왔다고 한다. 차 씨를 만난 교회 목사 정선희 씨의 말에 따르면 그냥 막 뛰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외투도 없는 얇은 옷에 맨발로 왔다고 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듯 다급하고 불안해 보였으며 손도 엄청 차가웠다고 한다.
또 실종되기 직전 차 씨는 늘 술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웃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이 의심될 정도로 술을 많이 사서 마셨으며 특히 막걸리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사람마냥 늘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하며 이웃들 중에는 혹 그녀가 우울증에 걸린 게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죽은 차 씨에게는 추문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과거에 남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웃들 사이에서는 차 씨에 대한 평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실종된 당일, 그녀는 다소 수상한 행보를 보였는데 남편과 낮술을 한 후 혼자 다시 외출에 나섰고 택시를 잡았는데 그 때 시각은 6월 11일 밤 9시 반에서 10시 사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차 씨를 태운 택시기사의 증언에 따르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요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기사더러 돈 갖다줄 테니 잠깐 기다리라고 했단다. 택시가 도착한 곳은 어느 노래방이었는데 기사는 노래방 주인에게 잠시 돈을 받아서 요금을 지불하려나보다 하고 기다렸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차 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차를 세워두고 노래방으로 가보았더니 차 씨는 도통 보이질 않았다. 그말대로라면 그녀는 돈 한 푼 들고 가지도 않고 외출을 했다는 것이 된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친구와 했던 통화내용은 술 한 잔 마시러 간다는 것이었는데 돈 한 푼 없이 무슨 술을 마시러 간단 말인가?
그녀는 도대체 왜 택시 요금 낼 돈도 없이 외출에 나섰던 것일까? 돈도 없으면서 무엇 때문에 노래방에 갔고 거기서 또 술집에 가려했던 것일까? 이러한 점은 그녀에게 같이 술을 마실 상대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이고 그가 자신의 술값을 대신 계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돈 한 푼 없이 외출에 나섰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한 상대는 누구였을까? 혹 그가 이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었을까? 피해자가 과거에 혼전 동거를 한 사실, 피해자가 사망 몇 달 전부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증세를 보인 점, 특히 피해자의 설골이 골절되어 있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경찰 측에서는 치정으로 인한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범인은 차 씨의 주변 인물 중에 있다는 말이 된다.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이유는 범인을 찾아낼 만한 단서가 될 것들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설골이 골절된 점으로 보아 범인은 피해자의 목을 손으로 짓눌러 죽인 후, 사체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사체의 부패 및 훼손 상태가 매우 심해 목 부위에서 범인의 지문을 채취해낼 수가 없었고 현장에서 발견된 사체를 포장한 비닐에서도 머리와 몸통이 들어있던 포대와 청테이프에서도 지문이나 DNA 등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거주지에서 반경 1.5km 지역에서 정지된 것으로 보아 혹 아파트 부근에서 납치된 후 살해된 게 아닐까 했지만 사건 당시 그 지역에 CCTV는 설치되지 않았다. 경찰은 실종 후 사체 유기장소까지의 모든 길에 있는 CCTV를 다 확인해 봤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그런데다 더 안타까운 점은 2008년 당시 포항 지역에 유달리 비가 많이 내렸는데 그 탓에 많은 증거들이 씻겨 내려가 유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체가 잔혹하게 훼손된 점을 들어 유영철이나 강호순 같은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소행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은 사이코패스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적으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번 사건의 범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들어 범인이 사이코패스라는 주장을 부정했다. 즉, 사이코패스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므로 그만큼 대담하고 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하고 소유하는데 이번 사건의 범인은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시체를 인적이 뜸한 곳까지 찾아가서 얼른 던져 유기한 것으로 보이므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소행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 처음 시신이 발견된 갈숲은 인적이 매우 뜸한데다 새벽녘이 되면 아예 컴컴해서 누가 들어간다고 해도 식별조차 불가능했다. 머리와 몸통이 발견된 곳도 갈숲이었는데 주변보다 푹 꺼진 지형이어서 내려갈 만한 곳도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갈숲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길에서 갈숲을 향해 던졌다고밖에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이코패스 유영철을 예로 들면 그는 태연하게 택시를 타고 가서 신촌의 절 밑 계곡 부근에서 땅을 파고 묻어버렸다. 땅을 파고 시체를 묻는데는 당연히 오랜 시간을 요한다. 또 절은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인데다 스님들이 상주하는 곳이므로 밤이라 하더라도 스님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 부근에서 땅을 파고 시체를 묻었다는 것은 스님들이 보든 말든 시간이 오래 걸리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범인은 인적이 매우 뜸한 갈숲까지 기어들어가서 시체를 유기했으며 또 급하게 던지고 간 점으로 보아 사이코패스의 소행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범죄심리 분석 담당인 김진구 경사는 사체를 끔찍하게 훼손했다고 해서 범인을 사이코패스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살인사건에서 시체를 훼손하는 사례 중 다수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다. 일단 사체 자체는 매우 무겁기 때문에 사체를 들고 나가기도 어렵고 그렇게 들고 나갔다가는 발각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운반의 용이를 위해 훼손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체 훼손의 부분은 사체를 편리하게 처리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 내가 사람을 죽여서 사체를 훼손해야겠다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단지 사체를 빨리 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토막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2015년 5월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이 사건의 범인은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일 것이라는 점이다. 표창원 교수는 시신의 설골이 골절된 점을 들어 범인은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라고 주장했다. 설골 골절은 끈과 같은 흉기를 써서 목을 졸랐을 때는 잘 생기지 않고 맨손으로 짓눌렀을 때 생기는 것인데 이것은 순간적인 분노나 원한, 치정 등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명으로 볼 때 범인은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기보다는 충동적으로 살해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살인을 저질렀다보니 겁을 먹고 사체가 쉽게 발견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여러 토막을 내고 어지럽게 인적이 뜸한 갈숲에다 급히 버렸다고 본다면 쉽게 이해가 된다.
숙명여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박지선 교수는 사체를 토막낸 점이 오히려 범인이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라는 걸 스스로 말해주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즉, 범죄자들 입장에서는 시체를 여러 토막을 내서 여러 곳에 어지럽게 흩뿌려 놓으면 자신의 검거 가능성이 매우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범인이 억지로라도 자신은 피해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범인은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라는 걸 스스로 말하는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의견이다. 특히 지문이 있는 피해자의 오른손 손가락 끝마디를 절단한 점은 피해자의 신원을 감추려고 한 점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면 자신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두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범인은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에 있었던 사람이며 치밀한 계획을 세워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에 겁을 먹고 시신을 여러 차례 토막을 내어 급히 유기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편,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에 따르면 사건 전후 남편의 행적이 여러모로 수상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남편이 실종신고를 하기 약 10일 전인 그 해 6월 11일에 부부는 함께 낮술을 마셨는데 남편이 잠든 사이에 차진숙 씨는 잠깐 외출을 갔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6월 12일 새벽 4시에 눈을 떴을 때 아내가 짐을 챙기는 걸 봤는데 아침에 보니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차진숙 씨의 사망추정 시각이 바로 그 새벽 4시 전후였으므로 이 같은 남편의 증언은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남편이 의심스러운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남편 정 씨는 친구에게 "제주도에 간 부인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아내가 제주도에 간다고 해서 갔는데 어떻게 됐는지 돌아오질 않는다. 배를 탔든 비행기를 탔든 출입 기록을 확인해 달라."는 게 남편의 부탁이었다. 그런데 차진숙 씨는 제주도에 가지도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남편이 친구에게 그런 부탁을 한 시점이 차 씨가 살해되었던 그 시점이었던 것이다.
거기서 더 수상한 것은 정작 제주도에 있는 처가에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는 것이다. 죽은 차진숙 씨 오빠의 증언에 따르면 정 씨가 장모에게 전화를 해서 "아내가 지금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포항에 좀 올라와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친구에게는 아내가 제주도에 간다고 해서 안 돌아오니 제주도에 간 기록을 확인해 달라고 하고 장모에게는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으니 포항으로 올라와 달라는 서로 상반된 부탁을 한 것이다. 도대체 남편은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남편의 수상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 씨의 친구 말에 따르면 차진숙 씨가 없어졌을 때 전화를 해서 해병대 장병들이 외박할 때 이용하는 숙소에 온돌방 하나를 예약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던 친구는 "아내도 없어진 판국에 뭔 마음이 편해서. 네가 그 방 구해서 뭐할 건데?"라고 물었는데 정 씨는 이유는 묻지 말고 그냥 예약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차 씨가 실종된 그 무렵에 갑자기 정 씨에게서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왜 돈을 빌려달라고 하냐는 친구의 물음에 정 씨는 대구에 가야하는데 렌터카를 빌려야 한다고 그래서 돈을 좀 빌려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정 씨는 자기 차가 2대나 있었고 멀쩡히 잘 굴러가고 있었다! 자기 소유의 차가 2대나 있는 양반이 무엇 때문에 렌터카를 빌리려 한단 말인가?
그리고 남편은 차진숙 씨가 실종되고 시신으로 발견된 그 사이에 난데없이 세면대 교체 작업을 의뢰했다고 한다. 아내가 없어진 마당에 난데없는 보수공사라니 뭔가 수상하지 않은가? 만약 범인이 남편이고 남편이 욕실에서 아내의 사체를 훼손했다면 토막내는 과정에서 육편(肉片)이나 혈흔이 사방으로 튈 수 있다. 눈에 잘 띄는 벽이나 욕조야 물로 깨끗이 씻겨내리면 끝나지만 세면대는 얘기가 다르다. 세면대 바깥 쪽이야 물로 헹구든 걸레질로 닦든 해서 흔적을 지울 수 있지만 세면대 아랫쪽과 같이 손이 잘 안 닿는 부분에 혈흔이 튀게 되면 범인 입장에서는 심히 곤란할 수밖에 없다. 범인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아예 세면대를 새것으로 갈아엎어서 영원히 후환거리를 제거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문제의 세면대를 찾으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데 안타깝게도 설비업자가 아무 생각없이 그 문제의 세면대를 폐기 처분해 버렸기 때문에 그 기회를 날려먹고 말았다. 그걸 몇 달 지나서 지인한테 슬쩍 얘기했는데 그게 그 때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랴.
또 한 가지 남편이 수상쩍은 점은 물 사용량이었다. 차진숙 씨는 생전에 부부 둘이서만 살았는데 차진숙 씨가 살해당할 무렵에 거주했던 아파트에는 2007년 12월에 이사왔다고 한다. 그 시점부터 차진숙 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2008년 7월까지 8개월 동안 물 사용량을 보면 6월까지는 평균 15톤의 물을 썼는데 차진숙 씨가 사라지고 없는 7월에 9톤의 물을 썼다는 것이 밝혀졌다. 남자 혼자 사는 경우 보통 월별 물 사용량은 5톤 정도인데 9톤이라면 보통 남자들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이 썼다는 것이다. 혼자 한 달 동안 9톤의 물을 쓴다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남자 혼자 살면서 한 달에 9톤의 물을 쓰려면 샤워를 하루에 4~5번은 해야 하고 변기도 하루에 4~5회 이상 써야 하고 양치, 면도도 하루에 2번 이상 해야 하고 매일 3끼 밥을 다 집에서 해먹었고 세탁기도 꾸준하게 사용해야 겨우 9톤 정도를 맞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주변을 조사해본 결과 남편은 차진숙 씨가 없어지고 시체로 발견되기까지 약 한 달 동안 꾸준히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했다고 한다. 9톤 씩이나 물을 쓰면서 식사는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는 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많은 물 사용량은 혹 그가 아내를 살해하고 그 흔적을 지우는 과정에서 늘어난 것은 아닐까?
또 남편은 차 씨의 시신이 발견된 흥해읍에서 거주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남편이 흥해읍에서 거주한 지역은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불과 4k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김진구 경사의 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범인들이 시신을 유기하는 곳은 자신이 한 번이라도 가본 장소들 중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되는 장소라고 한다. 일반인들은 시체를 유기한다고 하면 막연히 그냥 먼 곳을 떠올리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냥 먼 곳이란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이며 일단 나와는 관계가 없는 곳인데 거기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가고 싶어도 우선 길을 모르기 때문에 갈 수가 없다. 가급적 먼 곳에다 시체를 버리긴 해야겠는데 길은 알아야겠다는 점에서 이미 답은 나온다. 범인이 차 씨의 시체를 버린 장소가 흥해읍이라는 점은 범인이 그곳에 와본 적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며 외진 갈숲에다 시체를 버렸다는 것은 흥해읍에 외진 갈숲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다시 말해 범인은 흥해읍 일대 지리에 밝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남편이 흥해읍에 거주한 적이 있었다는 점을 볼 때 충분히 범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남편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는 듯하며 시청자들도 남편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은 흥해읍에 거주한 적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
그 밖에도 제작진은 남편이 아내 여러 차례 구타한 적이 있었다는 이웃들의 증언과 지인들의 증언과 인근 병원 관계자의 증언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남편 본인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가진 인터뷰에서 아내를 구타한 사실을 시인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죽은 아내가 술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는 일이 잦았다는 둥, 가출을 밥 먹듯이 했다는 둥, 남자 관계가 헤프다는 둥 죽은 아내의 명예를 더럽힐 만한 이야기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다. 남편 본인이 억울함을 금할 길이 없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 한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은 아내의 명예를 더럽히면서까지 아내 탓을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게 매우 이례적이라 더더욱 의심이 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심증에 불과하다. 남편이 범인이라는 심증은 농후하나 그 사실을 입증할 물증이 없어 확정할 수가 없다. 차 씨의 실종 직후에 교체한 예전 세면대가 남아 있었다면 또 그 세면대에서 차 씨의 혈흔이나 육편 등이 발견된다면 빼도 박도 못할 물증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설비업자가 아무 생각 없이 그걸 버려버리는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차후 물증이 발견되지 않는 한 섣부른 추리는 금물이다. 남편의 행적이 수상쩍은 건 사실이지만 의외로 이 사람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것일 수도 있다. 만일, 남편이 범인이 아니라면 남편 스스로도 자신의 억울함과 무죄를 더욱 강력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2015년 5월 2일, 그것이 알고 싶다 983회, 깨어난 진실-흥해 살인사건 미스터리 편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