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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2일 오전 8시 경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올레길을 걷던 강모(40)씨가 게스트하우스(숙소)에서 나선 후 그대로 실종되었다. 가족들은 애타게 행방을 찾았고, 포상금까지 걸고 블로그까지 만들었지만 결국 7월 20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잘린 오른쪽 손목과 운동화만이 발견되었다. 지문 검사 결과 강씨의 것으로 밝혀졌고 부패 상태로 볼 때 강씨가 실종 당일날 피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특별시에 살던 강씨는 지난 7월 11일 2박 3일 일정으로 혼자 제주도를 방문했다. 강씨는 여행 첫 날 많은 비로 인해 올레길 1코스를 탐방하려던 계획을 접고 서귀포시 성산읍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러나 강씨는 다음날인 12일 오전 8시쯤 숙소를 나선 뒤 그대로 연락이 두절됐다. 원래 7월 13일에 돌아오기로 했으나 7월 14일까지도 행방이 묘연하자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던 7월 20일 새벽 6시쯤 60대 할머니가 만장굴 입구 버스정류장 의자 위에 놓여있는 운동화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운동화는 공공장소인 버스정류소 의자에 그것도 가지런히 놓여있는 채였다. 범인이 실수로 신발을 흘린 게 아니라 누군가가 발견하길 바라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추측이 가능했다. 그 날 오전 9시쯤 다시 한 공공근로자가 운동화를 보고 버스정류소 바위 뒤쪽으로 던졌다. 이 공공근로자는 오후 2시쯤 이상하게 생각해 다시 가서 운동화를 확인해보니 그 안에 오른쪽 손목이 절단된 채 들어있어 경찰에 신고했다.

또 강씨가 지난 7월 11일 제주에 와서 하루를 묵은 곳은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였다. 강씨는 뒷날인 7월 12일 올레1코스를 걷겠다며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발견된 강씨의 운동화에 흙이 많이 묻어있는 점으로 미뤄 강씨가 실제로 올레를 탐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강씨의 통화내역을 보면 제주에 온 후인 11일 낮 12시 44분경부터 오후 4시까지 모두 4회에 걸쳐 숙소 업주와 통화를 했다.

또 행방불명 당일인 12일 오전 7시 38분부터 38초간, 오전 8시 12분부터 6분 11초간 인터넷에 접속한 기록이 있었다. 접속한 위치는 구좌읍 종달리 기지국으로 강씨의 신체 일부가 발견된 구좌읍 만장굴 인근과는 18km 정도 떨어져 있다. 올레1코스는 성산읍 시흥리에서 구좌읍 종달리를 거쳐 광치기해변에 이르는 길이다. 강씨의 금융거래 내역도 통장에 잔액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신용카드도 왕복항공권 구입과 버스비를 지불한 것 외에는 다른 사용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용의자는 강씨를 인근에서 살해하고 토막낸 다음 시신 일부를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만장굴 인근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과수의 감식 결과 강씨의 오른쪽 손목은 예리한 흉기로 절단된 것으로 밝혀졌다. 용의자를 검거한 결과 커터칼로 절단했다고 자백했다.

용의자 검거


7월 23일 인근에 살던 유력한 용의자 강성익이 체포되었다.  행적 자체가 상당히 의심스러운 상황. 거기에 이전에 임의동행시 도주까지 했으니 최소한 뭔가 찔리는 게 있는 모양이다. 유력한 용의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경찰도 증거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가 일부 범행을 시인하고 그의 차량에서 혈흔이 발견되었다. 무엇보다 CCTV 조사 결과와 목격자의 진술이 나오면서 증거가 속속 나왔다. 더구나 그는 나머지 시신 부분을 시흥리 두산봉(말미오름) 대나무밭에 유기했다고 진술했고 결국 현장확인작업 결과 시신이 발견되었다. 시신은 상의가 탈의되어 있었고 얼굴 부분이 심하게 부패되어 있었다. 이로써 용의자 강성익이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나머지 시신은 오른쪽 손목 부분을 제외하면 인위적으로 훼손된 흔적은 없었다. 

숨진 강씨의 남동생은 자신이 만든 블로그에 '누나,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꼭 범인을 잡을게. 조금만 기다려. 자꾸만 눈물이 나서 미칠 것 같아. 천국에서 만나자' 라며 비통한 마음을 올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수원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이틀 뒤인 2012년 10월 20일 블로그에 만약 강성익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경우 그 즉시 분신자살을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으로 혼자 길가던 여성을 살해하고 토막냈다는 점에서 수원 토막살인 사건처럼 인육을 목적으로 한 범죄조직의 소행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 사건 뒤에 조직이 있다거나 인육을 목적으로 한 범죄로 추정해볼 수 있는 단서와 정황은 현재 전무하다. 이런 주장은 인터넷 상에서만 나오고 있으며 이 인터넷 상의 주장도 근거라고는 그냥 혼자 길가던 여성을 살해하고 토막냈다는 점 뿐으로 사실 이것만 가지고는 근거라고도 할 수 없다. 즉, 이걸로 인육 목적의 조직범죄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는 온갖 무책임한 발언과 외국인 혐오 댓글이 범람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외국인 혐오에 힘입은 무책임한 주장의 일부로밖에 볼 수 없다.

사실 사체를 전시, 과시하는 행위는 견고한 시스템에 맞춰 돌아가는 조직 범죄와는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이며 오히려 단독으로 행동하는 쾌락형 살인범, 세간에서 흔히 연쇄살인범이라 불리는 자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행위이다. 사건의 범인 역시 범죄조직이라기보다 충동적으로 쾌락을 좇아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일 확률이 높다. 특히 이번처럼 신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위로 사건 및 사체유기 현장과 멀리 떨어진 버스정류장에 두는 것은 수사의 혼선  이란 목적이 다분하게 보이는 지능범이다.

범인 강성익은 경찰 진술에서 당뇨병이 있어 올레길에서 소변을 보다가 운동하고 있던 피해자 강씨가 그것을 보고 자신을 성범죄자로 오해해 신고하려고 하자 이를 말리려다가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노상방뇨를 했다고 성범죄자 신고 운운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데다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사체를 유기한 점, 쾌락형 살인범의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범인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심지어 범인은 사체를 훼손한 이유에 대해서 가족들에게 돌려주려고 그랬다는 어처구니 없는 진술을 해 더욱 신빙성이 없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남자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성폭행을 위해서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성익은 외항 선원이었으며 인지도는 적었지만 효자였고 인상이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겉모습과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으로는 사람을 판단할 수 없음을 이번 사건에서 다시 증명할 수 있다. 게다가 그렇게 효자라면서 실제로는 이전에도 범죄를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은 전과가 있다. 그리고 찾아보면 효자이거나 가족에게는 좋은 사람이 타인에게는 잔인했거나 타락한 인간이었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혹여나 효자라는 이유로 강모씨가 저지른 범죄에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건 금물이다. 기본적으로 유교에서 말하는 효라는 것도 일단 가장 큰 은혜를 받고 가까운 사람인 부모에게도 잘 못하는 놈이 어떻게 딴 사람에게 잘해주고 성품이 좋은 사람이겠냐 부모에게 잘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거다. 이 경우 효자의 의미가 없다.

사족으로 제주도엔 제주 보육교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경기대 범죄심리학 이수정 교수는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사건과 여러 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아서 이 사건과도 연계되어 있는지 수사 중이다. 보육교사 피살사건은 2018년 4월 25일 재조사 후 이 사건과는 별도의 용의자가 붙잡혔다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파장

이번 일로 제주 올레길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6개 코스(보조코스 포함) 430km에 이르는 데 이 중 어디에도 CCTV나 위치표식 등 설비 자체가 전무하다. 이는 의도적으로 올레길에 인공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시키기 위함이었으며 조용히 자연을 벗삼아 걷는다는 취지에서 대부분의 코스가 외진 곳에 있다. 한 예로 2010년 실종자가 있었는데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다가 간신히 구조된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인공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시킨다는 취지가 무색한 게 원래 흙길이었던 올레길을 몇 년 전에 대부분 콘크리트길로 만들어놨다. 어차피 자연적인 모양새는 물 건너간 상황. 그래서 옛날 초기의 올레길을 기억하던 여행자들이 몹시 아쉬워했다. 결국 외진 곳은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올레길 치안, 안전시설물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제주 올레길 뿐 아니라 올레길 열풍을 타고 여러 지자체에서 개설한 다른 '길' 들도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난 코스를 비롯한 올레길을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방범 순찰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 사건으로 성수기를 맞이한 펜션이나 민박 같은 숙박업소 경영자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혹시라도 손님이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는 중. 그런데 몇몇 경영자는 실종 당시에도 '올레길에서 없어졌다는 증거가 어딨냐!'라고 SNS나 언론 게시판을 통해 버럭거렸다. 그리고 지금은 이 살인 사건과 연관 가능성이 제기되자 연쇄살인마설까지 튀어나오면 장사 끝이라고 생각하는 지 필사적으로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물론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관광객의 안전 같은 건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모습은 영...범인이 불특정 관광객을 노린거라면 올레길 처럼 산책로나 군, 시, 도, 국립공원 등의 등산로같은 데에도 치안 서비스가 닿아야 관광객들이 안심할 텐데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가 없기 때문에 장기간 혹은 아주 망했어요를 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민감할 수밖에 없긴 하다. 

한편 해당 사건이 일어난 올레길은 잠정폐쇄하기로 했다. 이후 파장이 가라앉은 뒤 올레길을 재개방했다.

 

재판 결과

강성익은 국민 참여재판을 받게 되었고 성폭력 결합 살인 혐의가 인정되었는데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피해자 가족들도 사형을 원했지만 다수의 배심원들은 유죄 판결 및 징역 23년을 선택. 판사가 이를 받아들여 선고하였고 이후 항소심에서도 징역 23년. 대법원 역시 형을 확정하여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여담으로, 이 재판 결과를 놓고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며 툭하면 뉴스 댓글로 판사들을 욕하던 시민들이 막상 배심원석에 앉으면 마음이 약해지는걸까? 하는 의견도 있다. 사실 인터넷 뉴스나 텔레비젼 뉴스에서 미디어로 접하는 '사건'과 직접 눈 앞에 보이는 '인간'에 대해서 평범힌 인간이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미디어로 접하는 사건은 사실상 '실화'라는 딱지가 붙은 것을 제외하면, 영화나 드라마처럼 평면적인 컨텐츠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댓글로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러나, 눈 앞의 '살아있는 인간'이 주는 감정적인 인상은 글이나 영상보다 훨씬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상대가 살인 범죄자라고 해도 일반인들이 눈 앞의 살아있는 인간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아마도 강성익은 직접 보면 왠지 불쌍해보이는 인상(…) 이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물론 항소가 기각되자 판사에 욕설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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