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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일어난 존속살해사건.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뒤 10여년간 고시공부에 매달려온 문모 씨. 누나와 함께 아버지가 사는 광주 북구 문흥동 아파트를 찾은 것은 어버이날인 8일 새벽 2시 30분 쯤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아파트는 텅 비어 있었다.

20년 가까이 왕래하지 않고 살아온 아버지를 기다리던 문씨 남매는 2009년 어머니와 사별한 이후 혼자 살아온 아버지의 행방을 직감했다. 수년 전 노인복지시설에서 만나 교제 중인 A씨(75·여)의 집이라고 여긴 것이다. 아버지의 황혼연애는 말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미혼에다 생활비를 걱정하는 형편에서 ‘유산’의 전부나 다름없는 아버지 아파트를 A씨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떨칠 수 없었다. 

결국 문씨 남매는 이날 오전 8시쯤 이틀 만에 돌아온 아버지와 아파트 상속을 둘러싼 ‘최후의 협상’을 벌였고 이마저 거절당하자 끔찍한 패륜 범죄를 저질렀다. 미리 준비한 흉기로 아버지를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하고 대형 고무통에 사체를 넣어둔 채 아파트를 빠져나온 것이다. 완전범죄를 노린 이들 남매는 사체 부패에 따른 냄새 유출을 막기 위해 고무통에 락스를 뿌리고 이불을 겹겹이 쌓는 만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카네이션이 달려 있어야 할 아버지의 가슴에는 예리한 흉기가 그대로 꽂혀 있었다.

문씨 남매는 범행 이틀 전 범행에 사용할 도구를 사전에 구입하고 공항과 여행사에 해외 출국 절차까지 문의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문씨 남매가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만 계속 표출한 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0일 문씨 남매에 대해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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