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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31일, 당시 69살이었던 어부 오종근이, 전라남도 보성으로 여행 온 10대 남녀 2명을 자신의 배에 태우고 나서, 여성을 성추행하기 위해 남성을 먼저 바다로 밀어 숨지게 하고, 저항하던 여성도 바다에 빠뜨려 살해한 데 이어, 9월 25일에도 같은 방법으로 20대 여대생 2명도 살해한 사건. 연쇄살인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살인이 두 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범죄 결합 살인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첫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경찰과 해경은 타살 증거를 찾지 못해 두 사람을 동반자살로 인한 추락사로 판단했다. 그렇게 수사가 종결되었다가, 두 번째 사건에서 덜미가 잡혔다. 피해자는 배를 타기 전 휴대폰을 30대 여성에게 빌려준 적이 있었는데, 사망하기 직전 문자를 보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희 아까 전화기 빌려드린 사람인데요 배타다가 갇힌 거 같아요 경찰 보트 좀 불러주세요."

 

이상한 느낌이 든 30대 여성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선박 내부를 수색하자 여대생 피해자의 신용카드 및 볼펜, 머리끈, 머리카락 등이 발견되었고, 오종근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집에 숨어있던 오종근을 체포했다.

오종근은 여대생 2명을 살해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남녀 대학생을 살해한 사실은 부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어선의 어망에 걸려 올라온 디지털 카메라가 발견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피해자들 중 1인의 디지털 카메라였다. 어렵사리 복구된 사진 중에서 피해자가 남긴 오종근의 사진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결국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사건 자체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전형적인 성범죄 결합 살인이지만 이 사건이 특별한 이유는 다름 아닌 가해자가 70대 노인이고, 피해자가 20대 젊은이였다는 사실. 보통 그 반대로 젊은이가 노인을 살해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지만, 이 사건은 노인이 젊은이를 살해한 보기 드문 사건이라서 주목을 더 받았었다.

사실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가해자는 고령에 왜소한 체격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어부생활로 다져진 완력이 있었으며 수영에도 능하고 바다 위의 환경과 갑판상황에 매우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피해자들은 수영도 못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었고, 배 위에서의 상황이 익숙하지도 않았다. 결정적으로 노인이 이런 악귀로 돌변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노인은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지 않고 한 명씩 분리해서 상대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젊다 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오종근의 범행 동기는, 조사 과정에서 그가 한 진술에 따르면 여자를 만져보고 싶다는 욕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먼저 판결문 상에서 나타난 첫 사건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범죄자는 피해자인 두 남녀 대학생을 범죄자의 선박에 태워 인근 바다로 운행하던 중 여학생에게 성욕을 품게 되어, 여학생을 추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남학생을 먼저 살해 한 후 여학생마저 추행뒤 살해한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범죄자는 선박에 나란히 앉아 있는 피해자들의 뒤로 몰래 다가가 양손으로 남학생을 잡고 바다에 밀어 빠뜨리고, 바다에 빠진 남학생이 살기 위해 선박에 다시 오르려 하자, 선박에 있는 속칭 삿갓대 및 기타 불상의 도구로 남학생의 머리, 왼쪽 어깨, 왼쪽 팔, 양다리 등을 수회 힘껏 내리치고, 찍고 밀어 남학생이 선박에 오르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를 살해하였다. 범죄자는 계속하여 공포에 떨고 있는 여학생에게 다가가 “아가씨, 유방좀 단도리 해 보자”고 하면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만지려 하고, 이에 여학생이 손으로 피고인의 손을 쳐내며 격렬히 반항하자, 양손으로 여학생의 가슴과 다리 부위를 움켜쥐고 바다에 밀어 빠뜨리고 바다에 빠진 그녀가 선박에 다가오자 삿갓대로 그녀를 수회 밀어 그녀를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 사건 역시 두 여성을 모두 성추행하려다가 저항이 심해지자, 모두 바닷가에 빠뜨려 살해했다. 《범죄의 재구성》에 따르면, 한 명을 가둬둔 상태에서 다른 한 명을 살해한 뒤 나머지 한 명도 바다에 빠뜨려 살해했다고 한다. 나머지 한 명이 격렬하게 저항하여 같이 물에 빠졌는데, 혼자서 살아 나온 뒤 살려달라는 여대생을 삿갓대로 잔혹하게 내리쳐 살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종근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워낙 자백을 하지 않고 태도가 뻔뻔하여, 경찰들이 피해 학생들의 생전 사진과 사후 사진을 대조해 보여주며 그에게 애원하다시피 추궁하기도 했다고 한다.

오종근의 사이코패스적 특성은 사건에 대한 진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건을 술회하면서 전혀 감정적 표현이나 설명이 부연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설명한다. 같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인 유영철의 자필진술서에서 보이는 특성과 유사하다.

사형제 합헌 논란

1심 재판부에서 고령 범죄자로는 이례적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재판부 측에서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에 대체 형벌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사형제 위헌법률 심판은 14년 전인 1996년에 7:2로 합헌결정난 적이 있다.

사형제가 위헌이 되느냐 합헌이 되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였는데, 결국 합헌:위헌 5:4로 합헌 결정이 나서 오종근은 사형 판결을 받았다. 합헌 결정 이유는, 사형이 연쇄살인 등 극악한 범죄에 대해서만 선고되는 이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7:2가 5:4가 된 걸 보면 상당히 아슬아슬했다.

결국 2010년 6월, 상고가 기각됨에 따라 사형이 확정되어 현재도 수감 중이다. 2013년 1월 해병대 총기난사범 김민찬의 사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마지막 사형수이며, 대한민국의 최고령 사형수이기도 하다.

 

 

사건 1년 후, 오종근의 아들은 충격과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덧붙이자면, 이 사건 외에도 연쇄살인, 살인 등 특히 사회적으로 크게 화제가 된 범죄의 가해자 가족들이 수치심, 주위 사람들의 멸시, 혐오 등으로 인해 심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데 일본의 경우는 특히 심각해서, 피해자의 가족이 가해자의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이웃이나 주변인들이 가해자 가족에게 이지메를 연상시키는 가혹행위 등을 가하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잦다. 

오타쿠 살인마로 유명한 미야자키 츠토무의 아버지가 자살한 사례,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사건의 범인 도모히로의 동생이 자살한 사례, 사세보 여고생 살인사건의 가해자 아버지가 자살한 사례가 특히 유명하다. 유럽 등지에서는 가해자의 가족을 보호하는 NGO도 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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